2022 인프콘 데브챗 후기

2022-08-292022-09-03
  • Conference

분에 넘치게도 2022 인프콘에서 인프런 부스의 데브챗 Frontend 파트 상담자로 참여하게 되었다. 기억이 가장 선명할 때 기억을 기록해두려고 한다.

인프콘 세션에 대한 후기가 없는 이유는… 한 개도 못 들어서…🥹

D-N 어쩌다 내가..

일단 데브챗 상담자로 참여한 것이 자의는 아니었는데, 팀에서 준프빠삐코가 참여하기로 했으나 준프가 발표자로 변경되면서 대신 내가 끼게 되었다. 퇴근길에 향로를 만났는데 “들으셨죠? 데브챗 하셔야 해요”라고 말씀하시는 걸 듣고 그대로 “안녕히 계세요” 하고 못 들은 척 튀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반항이었고, 그렇게 데브챗 상담자로 참여하게 됐다. “과연 1년차 신입이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걱정으로 몸부림치는 나를 위해 감사하게도 준프가 없는 시간 쪼개어 파이를 나누어가주셨고, 운영 인력도 이런저런 사정을 고려하여 예약자를 배정해주셨다.

D-day

짬내서 세션 듣기? 어림도 없지

기어코 인프콘 디데이가 되었고, 나는 다소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바로 “중간중간 짬을 내어 다른 세션을 보고 올 수 있지 않을까?”였는데,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4시 15분 타임도 내가 하게 됐다

시간표 상 중간중간 틈이 날 때면 인력 부족으로 허덕이는 바로 옆 “인프콘 방명록 부스”를 돕거나, (PR이 몇 십개씩 밀리고 있었다.) 팀원 발표를 응원하러 갔다.

결론적으로는 이미 리허설을 통해 내용을 알고 있었던 팀원 발표를 제외하고는 모든 세션을 온라인 업로드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트위터에 많은 분이 영상 업로드를 기다리고 계시던데, 아마 제일 많이 기다리는 건 인프랩 팀원일 것이다 (?)

“Frontend 신청자 엄청 많던데요?”

데브챗의 흥행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부스를 세팅하면서 팀원들과 과연 몇 팀이나 상담 예약을 잡아줄지에 대해 내기를 했다.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가운데 나는 12팀을 걸었는데, 워낙 기업 부스 굿즈도 매력적이고 세션 라인업도 화려해서 데브챗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실 부담감이 만들어낸 소망이기도 했음.

근데 공식적으로 참가자들이 들어오고, 오프닝 발표장으로 사람들을 안내하고 있는데 같은 데브챗 팀원이자 Backend 상담자인 우주가 “Frontend 신청자 엄청 많던데요?”라는 아주 무서운 소리를 했다.

그때부터 호달달 떨면서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말 더듬으면 어떡하지? 말실수 하면 어떡하지? 얼굴 빨개지면 어떡하지? (필자는 웃기만 해도 얼굴이 빨개진다) 온갖 걱정을 했는데 막상 시작하고 나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자리에 앉아서, 찾아오시는 예약자 분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뚝딱인형 그 자체였다. 데브챗이 커피챗이니까 목 타면 마실 커피도 사두었는데, 커피? 마시려고 하다가 엎은 뒤로 손도 안 댔다.

결과적으로 인프런 데브챗 부스 예약자는 당초 full 팀으로 예상한 48팀보다도 더 많은 51팀으로 집계가 되었다.

어쩐지 스케쥴 똑같아서 옆자리와 내 자리의 상담 시작/종료 타이밍이 같아야 하는데, 가면갈수록 어긋나더라.

이 중에서 내가 담당한 상담 인원은 10팀이었다. 사실 처음에 준비하면서 10팀 상담하는 것 정도야 (신체적으로)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내가 세상을 너무 몰랐다. 다음에는 반드시 3교대로 진행하자고 주장할 생각이다.

데브챗 주제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고작 1년 차인 내가 다른 개발자들의 고민을 상담해줄 수 있는가? 찾아주신 분들이 나보다는 더 경력 많은 사람이 상담해줬으면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는데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없었다. 다행히 예약받고 스케쥴을 조정하는 운영팀에서 많이 배려해주셨다. 덕분에 어려운 주제를 적어주신 분들이나 경력이 많으신 분들은 전부 준프와 빠삐코에게 넘기고 (?) 나는 대부분 나와 비슷한 연차, 경험을 가진 분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찾아오신 예약자 분들의 주제로 90%가 취준 혹은 이직이었고, 내 기억에 기술적인 이야기를 나눈 팀은 딱 1팀이었던 것 같다.

주제1. 기술적인 이야기

프론트엔드 개발자 두 분이 한 팀으로 신청해주셨는데, 딱 봐도 엄청난 경력을 갖고 계신 분들 같아서 호달달 떨었던 기억이 난다. 그분들이 팀에서 하고 계신 고민을 우리 팀에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주셨는데 다행스럽게도 전부 최근 우리 팀에서도 하고 있거나 했던 고민들이어서 재미있게 대화할 수 있었다.

물론 내 기준이고, 그분들도 재밌으셨는진 모르겠다…

기억나는 주제로는 다음이 있다.

  • 모노레포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 모노레포에 이런 단점이 있진 않나?
    • 공통 모듈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 깃 전략과 배포 전략 어떻게 관리하는지?
  • 백엔드와 api 명세 어떻게 협업하고 있는지?
  • 디자인 시스템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 모노레포 밖에서 쓰고자 한다면?
    • git registry
    • 디자이너와 어떻게 align을 맞추는지?
  • 목적 조직으로 나뉘면 그 조직 간, 즉 프론트엔드 파트(챕터) 전체에서 어떻게 관심사를 공유하는지?
  • 컴포넌트 관련
    • 합성, 상속
  • 기술 스택
    • next.js

개인적으로 상담 시간이 최대 15분 제한이라 너무 아쉬웠던 대화였다. 시간이 짧아 여러 가지 주제를 속사포처럼 이야기했다. 내가 아는 건 전부 말씀드렸지만, 반대로 그분들은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더 자세하게 여쭤볼 시간이 없어 아쉬웠고,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기에 나보다는 준프나 루카스를 소개해드려서 나중에 회사로 초대해 좀 더 긴 시간 동안 심도 있게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명함 가져갈걸!!!

주제2. 취준과 이직

취준과 이직을 주제로 방문해주신 분들도 되게 다양했는데, 기억에 남는 분으로는 이력서 피드백을 부탁하신 분이 계셨다. 실시간으로 다른 사람의 이력서를 보고 피드백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해서 엄청나게 당황하면서 보았는데, 너무 알찬 이력서라 깜짝 놀랐다.

내 초라한 이력서 눈 감아…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드려야 하는데, 피드백 드릴 건 생각이 안 나고, 작성하신 이력에 대해 궁금증이 솟아 질문하고 싶은 생각을 누르느라 힘들었다.

그 외에는 취업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인 취준생 분들이 많았다. 기억나는 주제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부트캠프의 장점과 단점
  • 부트캠프가 제게 도움이 될까요?
  • 취준/이직할 때 도메인을 어떻게 골라야 할까요?
  • 면접 연습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신입에게 중요한 태도는 무엇인가요?
  • 파트장이 없을 때 파트가 굴러가는 방법
  • 000사유가 이직 사유가 될까요?
  • 사수가 없는 환경이라 고민이 많습니다
  • 저보다 주니어인 친구들을 어떻게 리딩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 실무가 궁금해요
  • 어떻게 개발을 진로로 결정하게 되셨어요?
  • 리액트 강의 추천해주세요
  • 공부의 동기와 이유가 대단하지 않아도 될까요?
  •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의 앞으로의 진로를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지 않습니다.
  • 진짜 협업을 경험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프로그램/팀을 구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어려운 주제를 준프와 빠삐코가 많이 가져가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내 입장에선 대답하기 쉽지 않은 주제들이 많았다. 게다가 생각보다 지방에서 여기까지 시간을 내어 찾아와 주신 분들도 많았다 보니 정말 도움이 되는 대답만 액기스로 드리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안되어 속상했다. 내가 뭐라고 이런 이야기를 하나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순발력을 발휘해 아는 선에서 최대한의 도움을 드리고자 노력했다.

상담 시간 동안 나는 거의 테오님의 프론트엔드 오픈 채팅방 홍보대사였다.

간혹 본인조차 무엇을 물어보고 싶은지 명확히 말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셨는데 얼마나 답답하고 고민이 많으셨으면 그러실까 싶었다. 그럴 때는 섣불리 말을 보태기보다 최대한 경청하고 공감하려고 했다. 그러라고 커피챗, 즉 커피를 마시며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상담 내내 가장 조심했던 건 잘 모르는 타인인 내가 예약자분의 짧은 설명만 듣고 단정하거나 확언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다보니 예약자분 입장에선 두루뭉실하고 깔끔히 해소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근데 그 조심스러움이 예약자분께도 전달이 됐는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가, 지나고나니 “아 이것도 말씀드릴걸” 하는 후회가 남는다. 장내가 소란스러워 예약자의 말이 잘 안 들릴 때도 많았는데 부디 내가 동문서답만 하지 않았길 바란다.

D+N

데브챗이 마무리되고 150분 (15분x10팀) 동안 말을 하느라 아픈 목 안과, 예약자분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아 앞으로 몸을 기울이느라 아픈 어깨와 뒷목을 얻었다. 찾아주신 분들께 내가 뭐라고 했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혹시라도 말실수를 했을까 봐 걱정되는 마음은 덤이었다.

하지만 굉장히 보람되고, 뿌듯한 시간이었다. 처음으로 다양한 분들을 만나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즐겁기도 했고, 그분들로부터 배우기도 했다. 나의 작고 사소한 경험들이 찾아주신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편으로 많은 분들이 취업과 이직으로 고통 받고 고민을 하고 계셔서 놀랍기도 했다. 상담을 하면서 나 자신에게 ”말로는 쉽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답도 없고 끝도 없는 싸움이지만 조금이라도 쉽게 문제를 풀 수 있는 솔루션이 언젠가는 등장하면 참 좋을 것 같다.

이날 느낀 점들을 잘 기록해두었다가 (혹시 내년에 또 하게 된다면) 다음의 데브챗을 보완하면 더욱 좋겠다.

  1. 옆에서 준프와 빠삐코는 그간의 멘토링 경력으로 갈고닦은 멘토링 실력을 아낌없이 뽐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다가 나를 돌이켜보니 너무나 요령이 없었다. 다음엔 빠삐코를 벤치마킹해야겠다.
  2. 장내가 소란스럽기도 하고 옆에서는 룰렛을 돌리다가 좋은 상품이 당첨되면 환호성이 터져 나와 예약자분의 말소리가 잘 안 들릴 때가 많았다. 그래서 가까이 가려하면 책상 아래로 다리가 들어갈 수 없어 하체만 옆으로 돌려 상체를 밀착해야 했다. 다음 부스는 이런 점을 고려하여 제작되면 좋을 것 같다.
  3. 예상 질문들을 미리 생각해두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해보기. 예상 밖의 질문들도 많았지만 예상 범주 안의 질문들도 꽤 있었는데 미리 준비해둘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억에 남았던 말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았던 말에 대해서 적어보고 마무리!

시간 내어 찾아주신 분들께 꼭 도움이 되고 싶어서 내가 그동안 겪은 것과 나의 개인적인 생각은 물론이고, 팀 동료들에게 열심히 주워들은 많은 이야기들을 전달했다.

그랬더니 한 분이 “1년차 맞으세요?” 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기분이 참 좋으면서도 복잡미묘했다.

내가 저런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 팀 덕분이다.
본인의 경험을 내게 나누어주고, 또 직접 경험해볼 수 있게까지 도와주고, 프로덕트 개발의 A부터 Z까지 챙겨갈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CTO 향로를 비롯한 프론트엔드 팀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그런 것들이 온전한 “내 것”이 되어야 할텐데, 어떻게 하면 잘 꼭꼭 씹어 소화시킬수 있을지 부담되기도 한다. 여기서부턴 온전한 내 몫이기에 알아서 잘 하는 수 밖에…😤

어쨌거나 결론적으로는 개발자로서 많은 자극과 동기부여가 되었던 시간이었다 🥰

Profile picture

emewjin

Frontend Developer

잘못된 내용 혹은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언제든지 알려주세요 XD